가성비 필두로 기지개 켜는 리눅스 시장…수익 모델 마련 시급

[아이티데일리] 2000년은 리눅스가 무서운 속도로 떠오른 시기였다. 저렴한 가격과 특유의 개방성이 그 이유였다. 리눅스는 당시 IT 산업의 지평을 흔들던 인터넷과 벤처라는 열풍에 올라타면서 영향력을 더욱 높여갔다. 이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 역시 리눅스 시장에 대거 참여했으며, 기업들의 리눅스 도입도 적극적이었다. 정부 또한 “한국을 리눅스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리눅스의 기술 개발과 산업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새롭게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던 리눅스 시장의 당시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2000년 천억 원대 시장 형성 전망…“‘가성비’ 좋아”

당시 리눅스 관련 시장은 1,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999년 100억 원을 형성했던 것에 비해 10배가 넘는 수치였다. 리눅스코리아, 리눅스원, 리눅스인터내셔널, IC&M, 한컴리눅스, 쓰리알소프트, 자이온리눅스시스템즈 등 7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된 당시 본지의 조사결과가 1,3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리눅스 시장 전망을 뒷받침했다.

리눅스 사업에 뛰어든 업체도 늘어났다. 1998년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2년 간 리눅스 관련 업체를 전문 조사기관들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해외 시장에서는 이러한 국내 시장의 리눅스 ‘붐’을 보고 놀라운 일로 평가하기도 했다.

리눅스 업체의 증가와 더불어 사용 인구도 늘어났다. 당시 본지의 조사 결과 리눅스사용자 그룹이나 전문가들은 PC 통신사들의 리눅스 동호회 회원 수와 PC 관련 전문매체들과 리눅스 단행본을 통해 배포된 CD 수, 여기에 판매됐던 리눅스 OS를 기본적으로 탑재한 PC 판매대수, 각종 리눅스 관련 행사 개최 시 배포된 CD 수를 포함해 리눅스 사용자가 20만 명이 넘었다.

리눅스 시장이 이와 같이 급증한 이유는 가격대비 성능비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리눅스 서버는 구축 시간은 물론 비용 절감도 가능했고,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기종의 플랫폼 호환도 가능했다. 기존의 전산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용할 수 있었기에 당시 많은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리눅스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도입이 활발했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초기 투자비용의 문제와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찮게 될 것을 예측해 리눅스를 채택, 고려하기도 했다.

리눅스 전문 업체들의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당시 리눅스 시장이 급증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실제로 당시 ▲리눅스코리아 ▲리눅스원 ▲미지리서치 ▲웹데이타뱅크 ▲자이온리눅스시스템즈 등 리눅스 전문 업체를 주축으로 구성된 한국리눅스협의회는 “한국을 리눅스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리눅스의 저변 확대 작업에 본격 나섰다.

▲ 2000년 당시 리눅스 시장 업체별 매출 현황 (출처: 컴퓨터월드)

협회가 내걸었던 사업 계획들은 리눅스의 ‘보급·확산’, ‘표준화’, ‘홍보 및 교육’, ‘기반 기술 개발’ 및 ‘애로 기술 개발 지원’ 등 4가지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 리눅스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여겼다.

▲ 한국 리눅스 메카 만들기 사업 계획 (출처: 컴퓨터월드)


국내 리눅스 시장은 5개로 구분

국내 리눅스 시장은 ▲OS ▲애플리케이션 ▲서버 ▲임베디드 리눅스 ▲교육 및 출판 시장 등 크게 5개 분야로 구분됐다. 먼저 리눅스 OS 시장에서는 매우 다양한 리눅스들이 개발, 배포됐다. 이 가운데 ‘알짜리눅스’는 국내에서는 처음 나왔던 배포용 리눅스 OS로, 전체 리눅스 OS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도 했다. ‘알짜리눅스’ 외에도 ‘미지리눅스’, ‘파워리눅스’, ‘Q리눅스’, ‘K리눅스’, ‘앨릭스’ 등이 있었다.

▲ 리눅스 산업의 분야 (출처: 컴퓨터월드)

이러한 리눅스 OS는 대부분이 데스크톱 플랫폼에 맞게 개발된 것으로 거의 무료로 배포됐다. 설령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공급됐으며, 그나마 OS만 따로 판매하는 경우는 없었다. 일부 SW를 추가로 담아주고 있었다. 업체들이 이처럼 수익성이 없는 리눅스 OS의 배포·판매에 나섰던 이유는 리눅스 OS 배포판의 표준을 장악할 경우 애플리케이션이나 임베디드 리눅스 등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표준으로 채택된다고 해도 리눅스 배포판으로는 수익성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시각이었다. 리눅스는 원래부터 소스코드를 공개해왔던 만큼 리눅스 OS 자체를 어느 정도의 가격에서 상용화할 것이며, 이 때 사용자들이 과연 이 OS를 사용하겠는가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도스(Dos)와 윈도우 등의 OS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구사했던 전략이었기 때문에 리눅스를 사용하는 사람(리눅서: Linuxer)들에게는 반감을 가져올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리눅스 시장에 참여하고 있던 업체들은 대부분이 리눅스 배포판 사업은 물론 다른 사업에도 참여했다. 이 같은 양상을 보인 이유는 리눅스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시장 규모도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기도 했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기도 했다.

▲ 2000년 당시 OS별 시장점유율 (출처: 컴퓨터월드)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출시 봇물…황금 시장은 ‘임베디드 리눅스’

리눅스 배포판이 확산되면서 리눅스용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었다. 이에 리눅스 전문 업체는 물론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업체들도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유닉스 플랫폼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공급해온 업체들도 자사의 제품들을 리눅스로 포팅해 공급하고 있었다.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 리눅스 사업 분야 및 참여 업체 (출처: 컴퓨터월드)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은 바로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기존 윈도우 전용 프로그램의 환경만을 바꿔서는 곤란했다. 2000년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윈도우 환경에 익숙했었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특별한 장점이 없는 한 굳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윈도우 응용프로그램이나 게임을 제쳐두고 리눅스용 응용프로그램을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리눅스 업체들이 가격이나 품질까지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바로 이것이다.

한편, 리눅스 5개 분야에서 가장 황금 시장으로 손꼽히던 시장은 ‘임베디드 리눅스’였다. 임베디드 리눅스는 그 응용 분야가 매우 넓고 다양했기 때문에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전망됐다. 임베디드 리눅스는 각종 가전기기, PDA, 통신 및 네트워크 장비를 비롯해 공장자동화, 수치제어분야, 산업용 로봇 등 다양한 범위에 적용될 수 있었다.

특히 기존의 임베디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MS의 ‘윈도우 CF’, 팜컴퓨팅의 ‘팜 OS’, 모토로라의 ‘emS 시리즈’ 등이 여러 가지 한계를 드러내면서 임베디드 리눅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는 임베디드 리눅스가 안정성과 호환성이 뛰어남은 물론이고, 소스코드가 공개됐기 때문에 누구든지 기술만 있으면 독자적인 임베디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임베디드 리눅스의 시장성이 밝다는 이유로 당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조차 앞 다투어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터보리눅스와의 제휴를 맺고 디지털 TV, 웹폰, PDA 등에 장착될 임베디드 리눅스 개발을 추진했다. 이 외에도 대신정보통신, 삼성전기, LG-EDS, 코오롱정보통신 등은 칼데라시스템즈의 임베디드 전문 자회사인 리니오사와 제휴를 맺고 임베디드 리눅스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한편 성지인터넷, 다산인터네트, 세나테크놀로지 등도 독자적인 임베디드 리눅스를 개발, 자사의 통신 및 네트워크 장비에 탑재하는 방법을 통한 시장 진출 계획도 갖고 있었다. 임베디드 리눅스 시장은 국내만 놓고 보더라도 상당한 수요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임베디드 시스템이 가전기기나 특수 개발 장비, 정보통신기기 등에서의 수요가 많았다는 것은 곧 국내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시장 진입보다는 철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매 수요가 높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공급계약을 맺는 형태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요구됐다.

▲ 애플리케이션 제작 현황 (출처: 컴퓨터월드)


리눅스 수익 모델 마련 시급

2000년 당시 전 세계적으로 리눅스 열풍이었다는 점과는 다르게 리눅스 업체로서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없었다. 실제로 1999년 미국의 리눅스 강자 ‘레드햇’이 56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었고, 나스닥에 상장된 리눅스 관련 기업들의 주식들이 하락하고 있었던 상황들이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됐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1998년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리눅스 업체들은 뚜렷한 비즈니스 수익 구조를 마련하기보다는 기술력을 앞세운 벤처기업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제품 판매는 몇몇 회사들을 제외하고는 전무했다. 리눅스의 사용방법이 낯선 것과 설치과정의 복잡함도 리눅스 판매가 부진했던 요인이었다.

유통형태도 대부분 PC 관련 서적이나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무료로 배포됐으며, 판매되는 경우라도 OS 자체만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설령 판매하더라도 저가에 공급된다는 점에서 수익을 목표로 판매하지는 않았다.

당시 류경호 리눅스코리아 영업마케팅 팀장은 이 같은 리눅스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른 OS와의 공생 방안 마련, 리눅스 고유의 영역 구축 등 2가지를 제시했다. 다른 OS와 공생 방안 마련 측면에서는 다른 시스템과의 원활한 연동은 물론 더욱 많은 응용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리눅스 고유 영역의 구축은 윈도우의 대안 제품, PC 전용 유닉스라는 이미지를 떨치고 리눅스만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리눅스 사업의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제시됐다. 먼저 클러스터링(Clustering)이나 로드밸런싱(Load Balancing) 등 핵심기술을 먼저 채택하는 방안이 바로 그것이었다. 클러스터링 기술은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발휘하는 리눅스 서버를 슈퍼컴퓨터의 1/100 가격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이며, 로드밸런싱은 데이터 분산처리 기술이다.

하드웨어(HW) 업체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 때문에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만은 않았다. HW 업체들이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달렸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전문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수익 모델을 마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안이었다. 예를 들면 쓰리알소프트의 ‘메일스튜디오2000’이나 리눅스인터내셔널의 ‘웹메일 익스프레스’가 대표적이었다.

임베디드 시스템 등을 강화하는 것도 리눅스 사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 외에도 교육, 출판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었다. 특히, 교육 사업은 리눅스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부가가치의 창출이 매우 용이한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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