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비안 기반의 쉽고 안정적인 OS 구축…2.0버전 출시 후 안정성 강화

[아이티데일리] 국내 개방형 OS 생태계의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간 정부에서는 몇 번이나 MS 윈도우로부터의 종속을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대부분 만족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오픈소스 SW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윈도우7의 서비스 지원 종료로 OS 종속성 탈피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개방형 OS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들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첫 출시된 대표적인 개방형 OS ‘구름(Gooroom)’을 통해 국내 개방형 OS 시장을 살펴봤다.


클라우드를 위한 개방형 OS ‘구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Windows)’는 전 세계 데스크톱 운영체제(OS)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윈도우는 대다수 데스크톱 PC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개인 사용자 등 어느 쪽을 살펴보더라도 윈도우의 지배력은 막강하다. MS가 지난 1월부터 윈도우7에 대한 무상 기술지원과 업데이트를 종료하면서, 최신 윈도우10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있던 수많은 기업 및 기관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 윈도우는 전 세계 데스크톱 OS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출처 : StatCounter)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윈도우 및 MS에 대한 종속성을 해소하고, 주기적으로 OS 업그레이드와 교체에 소요되는 국가적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개방형 OS 개발 및 도입을 추진해왔다. 개방형 OS는 오픈소스 OS인 ‘리눅스(Linux)’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OS를 의미하며, ‘데비안(Debian)’, ‘우분투(Ubuntu)’, ‘민트(Mint)’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공개SW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개방형 OS ‘하모니카(HamoniKR)’를 출시한 바 있다.

이어 2015년에는 또 다른 개방형 OS ‘구름(Gooroom)’ 개발이 시작됐다. 구름 개발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이하 국보연)가 주도하며, 한글과컴퓨터, 이액티브, 클라우드림 등 오픈소스 기술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2015년 1.0버전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2.0버전이 정식 출시됐고, 내년 하반기에는 3.0버전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데스크톱 업무환경이 클라우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안전한 클라우드 업무환경 접속을 위한 단말 플랫폼’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구름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개방형 OS 기반 안전한 클라우드 업무환경 구축’ ▲해군사관학교의 ‘클라우드 기반 원격 교육 시스템 구축’ ▲우정사업본부의 ‘클라우드 기반 인터넷 망 분리 서비스 도입’ ▲육군본부의 ‘지상전술C4I 단말에 개방형 OS 적용 문제 해결’ 등 다양한 공공·국방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

▲ DaaS 형태로 구축된 우정사업본부 구름OS 운영화면

데비안 기반으로 구름만의 색채 입혔다

구름은 가장 기초가 되는 개방형OS ‘구름OS’와 사용자의 보안성을 높이기 위한 ‘보안 프레임워크’, 클라우드 환경에서 실제 사용 및 관리를 위한 ‘구름 플랫폼’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구름OS는 개방형 OS 중 하나인 데비안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OS를 개발할 경우, 완전히 처음부터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리눅스 배포판 중 하나를 선정해 필요한 기능들을 첨삭해가며 만들어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리눅스 배포판의 대표격인 우분투나 민트, MX리눅스 등도 모두 데비안을 기반으로 개발된 개방형 OS다. 최신 버전인 구름 2.0의 경우에는 데비안10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구름 역시 2015년 첫 개발을 시작하면서 어떤 리눅스 배포판을 기반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거쳤다. 여기에는 ▲손쉬운 개발 환경 구축이 가능한가를 살피는 ‘재구축의 용이성’ ▲지속적인 업데이트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업데이트의 안정성’ ▲커뮤니티의 활성화 수준과 이슈 발생 시 대응 속도와 지원 등을 따지는 ‘문제 해결의 용이성’ ▲보안성을 높이기 위한 ‘LSM(Linux Security Module) 지원성’ 등이 평가 기준으로 적용됐다. 이외에도 인텔, AMD, 파워PC 등 다양한 CPU 아키텍처에 대한 지원 여부도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

데비안은 1993년 첫 버전이 출시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개방형 OS 중 하나다. 리눅스 초창기에 나온 대표적인 리눅스 배포판인 ‘레드햇 리눅스’보다도 오래됐다. 3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오면서 가장 강력한 커뮤니티 생태계와 방대한 오픈소스 기술 바운더리를 갖추고 있다.

워낙 사용자가 많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있다 보니 개발 환경 구축이나 이슈 대응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었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나 보안 모듈에 대한 지원 또한 부족함이 없었다. 어느 한 기업이 글로벌 커뮤니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수많은 개발자들이 조금씩 기여해 만들어가는 자발적인 오픈소스 커뮤니티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데비안을 다뤄본 개발자를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또한 당시 고려 대상에 올랐던 우분투가 인텔과 AMD의 CPU 아키텍처만을 지원했던 것과 달리, 데비안은 대다수 CPU 아키텍처를 모두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 데비안을 기반으로 개발된 구름 사용자 화면

특히 데비안이 여타 리눅스 배포판에 비해 가장 색채가 없는, 날것(raw)에 가까운 OS라는 점도 고려됐다. 구름OS는 ‘안전한 클라우드 업무환경 접속을 위한 단말 플랫폼’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색채가 강한 리눅스 배포판을 사용하면 오히려 개발 과정이 복잡해질 우려가 있었다.

가령 우분투의 경우에는 데비안 만큼이나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있는 대표적인 리눅스 배포판에 속하지만, 다양한 커스텀이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색채가 강해서 구름OS와는 맞지 않았다. 따라서 구름OS는 데비안을 기반으로 하되, 여기에 국내 공공기관과 기업이 필요할 만한 기능을 추가해나가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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