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대형프로젝트 양산…졸속 계획·예산으로 제자리 / 2016년-가속되는 국가정보화…여전한 문제점들

 
[컴퓨터월드] 지난 1996년 당시 총 2조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됐던 2단계 각종 행정망 및 공공 전산 프로젝트 사업은 계획만 쏟아지고 구체적 추진 계획 및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정부 각 부처 간 대형 프로젝트 발굴 경쟁 심리가 작용한 결과였다. 또한 입찰 과정에서 가격이 기술력보다 우선시되는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불만과 우려, 인력 수급 문제 등이 제기되며 프로젝트의 졸속화가 우려되고 있었다.

20년 후에도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최저가낙찰제’는 최근에야 겨우 기획재정부에서 ‘종합심사평가제’나 ‘최고가치낙찰제’ 등을 언급하며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을 위해 시행된 ‘SW산업진흥법 개정안’ 역시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계획·추진방안 없던 공공 전산화 프로젝트

87년부터 시작된 행정전산망 구축 사업은 ‘열린 정부, 작은 정부’, ‘행정 업무의 능률화’, ‘대국민 서비스’ 등을 구현한다는 목표로 91년까지 1단계 사업이 진행됐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부의 각종 대민 업무가 전산화됨으로써, 20분 이상 걸리던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이 약 2분으로 줄어드는 등 대국민 서비스의 질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국내 정보산업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이 됐으며, 주전산기가 개발되는 등 본격적인 관련 장비 국산화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소기의 성과를 거둔 1단계 행정전산망 구축 사업은 당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비민주적인 방법이라는 지적을 받긴 했지만 ‘선투자 후정산’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강력한 추진 체계를 갖출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92년부터 추진된 2단계 각종 행정망 사업과 공공 전산 프로젝트는 추진 체계가 바뀌어, 전산화를 필요로 하는 해당 부처가 주체가 돼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렇듯 92년 2단계 행정전산망 사업 기간부터 각 부처별로 추진된 공공 전산 프로젝트는 규모면에서 대형화되고 네트워크화됐다는 특성을 갖고 있었다. 이는 관련 부처가 앞 다퉈 대형 프로젝트를 양산하며 나온 결과로, 단위 업무에 그치던 기존 전산 프로젝트와는 달리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행정 서비스형’ 사업이 우선시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예산 면에서 각 프로젝트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형화되고 있었다. 96년을 기준으로 ▲국세통합전산망 ▲물품목록관리 ▲체신금융망 ▲종합물류정보망 ▲국민복지망 ▲전자주민카드 ▲산업재산권전산화 ▲산업정보망 ▲고객통합시스템(ICIS) ▲신공항프로젝트 등 10여개 대형 과제에만 1조 8,458억 원이 투입됐으며, 여기에 ▲정보통신부 ‘우체국전산화’ ▲법무부 ‘등기업무전산화’ ▲도로교통안전협회 ‘교통정보망’ ▲관세청 ‘통관망’ 등의 프로젝트까지 합하면 약 2조 원에 달하는 공공 프로젝트가 수행 중이었다.
 

▲ 대형 공공 전산프로젝트 추진 현황 (컴퓨터월드, 1996년 6월)

이처럼 대형 공공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일견 종합적인 조망 속에서 추진됐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당시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각 부처 간의 대형 프로젝트 발굴 경쟁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실질적인 계획과 세부 추진 방안 없이, ‘우선 추진해 놓고 보자’는 식의 프로젝트가 많았던 것이다.

이에 본지는 96년 6월호를 통해 특히 조달청의 물품목록관리와 보건복지부의 국민복지망을 대표적 졸속 추진 사례로 지적했었다. 조달청은 국가 조달물자는 물론이고 향후 조달에 사용할 약 10만 건의 물품을 표준화된 코드로 목록화, 이를 DB화한다는 계획 하에 행정망 우선사업으로 지정해 놓고 있었다. 하지만 조달청 자체 추진 체계의 취약성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예산은 매년 하드웨어 리스 요금과 유지비용으로 책정된 약 1억 원 내외가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보건복지부도 당초 의료보험연합회와 약국, 보건소, 각종 사회복지단체, 제약회사, 병원 등을 네트워크화한 ‘국민복지망’을 행정망 우선사업으로 책정해 놓고, 총 사업 규모만 약 1조 원을 계상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사업초기연도에 확보한 예산이 고작 2천만 원에 불과, 결국 이를 축소해 의료보험연합회와 근로복지공단, 병원 등을 연결한 ‘진료비 청구·심사·지급망’ 구축 사업인 ‘메디콤(MEDICOM)’만 한국통신의 투자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 밖에 건설교통부의 ‘종합물류정보망’과 통상산업부의 ‘산업정보망’ 역시 규모에 비해 구축의 실효성이나 가능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상태였다. 자칫 ‘무역정보통신망’과 같이 막대한 투자만 해 놓고, 이용하지 않는 고속도로가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또한 구축계획에 대한 개념만 있을 뿐, 실용화되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KTNET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부처가 나서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이상만 가지고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타 망과 연계성, 중복성 등을 면밀히 따진 다음 각 부처가 역할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중복되는 않는 부문부터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하고 있었다.
 

전산화 의식 미흡·추진체계 약화

당시 공공 전산프로젝트를 추진하던 각 부처가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은 정부 차원의 전산화 의지 및 추진 체계가 약화됐기 때문이었다. 행정망 1단계 사업 때와는 달리 각 부처가 알아서 예산을 확보해 개별 추진할 수밖에 없었는데, 해당 부처 예산권을 쥐고 있던 재정경제원, 국가 정보화를 책임지고 있던 정보통신부 간의 협조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사업 추진 기관이 필요한 예산을 상정해도 재정경제원이 이를 거부하면 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달청의 물품목록관리 전산화가 대표적인 예였다. 조달청은 92년부터 해당 사업을 시작해 약 7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96년까지 투입된 정부 예산은 약 5억 원에 불과했다. 93년 타이컴 1대 도입 후 리스료 9,400만 원과 프로그램 개발비 등을 합해 1억 2천만 원이 배정됐고, 이후 매년 리스료와 이에 대한 유지보수비로 1억 원 내외가 할당됐을 뿐이었다. 결국 조달청은 해당 사업을 2001년까지 구축하겠다며 관련법을 개정하고서 재정경제원에 인력 증원과 예산을 상정해 놓고 있었지만 당시 관계자들은 이 계획 역시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복지망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사업이 계획되자 당시 종합 계획 사업자로 선정된 포스데이타가 3억 원을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던 포스데이타는 보건복지부가 배정한 고작 2천여만 원의 예산을 받아들고는 사업에서 손을 뗐고, 보건복지부는 결국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보화 추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던 정보통신부는 ‘예산을 우선 배정해 줘라’는 원칙론만 펼칠 뿐이었다. 해당 부처는 ‘전산 프로젝트를 언제까지 수행하겠다’는 계획만 세워 놓고 예산 획득을 위해 온 힘을 집중하고 있었으며, 정보통신부는 해당 사업이 제대로 진행 중인지도 모르면서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전산화 프로젝트를 한데 모아 ‘정부가 공공 전산화에 얼마를 투자하고 있고, 어느 부문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각종 계획 발표만 연발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2단계 행정망 사업 때부터 범 부처 차원의 전산망 조정위원회 기능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계획이 좋고 시급해도 재경원이 예산을 내 놓지 않으면 실효가 없다. 재경원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한탄하면서, “앞으로 모든 국무위원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정보화추진위원회가 정식 발족하고 정통부의 정보화기획실과 청와대 정보통신비서관이 신설되면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예산 집행권을 갖고 있는 재정경제원만 탓할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의 의지도 큰 문제로 꼽힌 것이다. 당시 국세청이나 특허청 등은 전산화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사업 추진에 큰 어려움이 없을 만큼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이는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장의 의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방증이었다.

전산 담당 공무원의 노력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모든 계획은 실무를 추진하는 현업에서 시작되는 만큼, 전산화 마인드가 확고한 실무자만이 사업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본지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모 부처 전산담당 과장은 정보화촉진기금이 있는지도 모르는 형편이었다.
 

기술력보다 저렴한 가격이 우선

한편 구축 중인 전산 프로젝트의 졸속화도 우려되고 있었다. 이는 공공 프로젝트의 발주자인 정부의 입찰 제도와 SI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한 것이었다. 먼저 입찰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는 체신금융망 구축 사업자 선정 건을 들 수 있었다.

정보통신부는 95년 2월 체신금융망 구축 사업자로 데이콤을 선정했는데, 이는 기술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LG-EDS시스템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당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1차 기술심사 후 2차 가격협상’의 맹점에 의한 것이었다.

1차 기술심사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이후 기술 2~3위 업체와 다시 가격 면에서 경쟁을 벌이게 되고, 이 때 합리적 가격을 제시해도 기술이 떨어지는 업체보다 비싸면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업자로 선정된 데이콤은 컨소시엄 업체와의 불화, 능력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사업 개시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95년 10월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 같은 사례는 사업자 재선정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체신금융망 구축 사업을 반납 받은 정보통신부는 95년 말 사업 공고를 다시 내고 각 컨소시엄으로부터 제안서를 접수받았는데, 이때도 기술심사에서 앞선 LG-EDS시스템을 제치고 현대전자가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었다. 전담사업자 제도를 도입했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시스템 구축 전반에 걸친 기술 심사를 거쳤음에도, 6개월간의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경영혁신) 정보시스템 구축 수행자를 먼저 선정한다는 방침에 따라 가격 협상은 BPR만을 대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9억 9천만 원을 제시한 현대전자가 선정됐으나, 당시 본지는 “BPR은 물론이고 시스템 구축 등을 책임지는 전담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정작 최종 계약서에는 단지 6개월간의 BPR 수행 용역비만을 협상 항목으로 채택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현행 정부 관련법에 따르면 해당 기술이 아니면 안 되는 특별한 사안을 제외하고, 기술에 큰 차이가 없으면 싼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사업자 재선정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정보통신부는 당초 체신공사 발족과 함께 97년 완료하려던 체신금융망 개통을 체신공사 설립 이후로 미뤄야 했다.

한편 2조 원에 달하는 각종 공공 전산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자 민간 사업자들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정작 전문 인력이 없어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특히 당시 특허청, 국세청, 축협, 신공항 도형정보시스템 사업 등 굵직한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던 LG-EDS시스템의 경우 96년 3월 한국통신의 ICIS(Integrated Customer Information System) 구축 용역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인력 수급 문제를 겪기도 했다.

ICIS 구축 사업은 민간 전담사업자에 전 부문 용역을 주고 사업을 추진하던 이전까지의 전산 프로젝트 수행 방법과는 달리, 한국통신이 전체를 총괄하면서 필요한 업무 개발만 민간 업체에 용역을 주는 자체 개발 방법을 채택했다. 따라서 당시 삼성SDS, 쌍용정보통신 등과 함께 용역 업체로 선정됐던 LG-EDS시스템은 약 100여명의 인력을 각각 ICIS 개발단의 공동사무소에 파견해야 했는데, 3년간 진행될 사업에 100명의 인력을 고스란히 전담 요원으로 파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는 삼성SDS나 쌍용정보통신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인력난 때문에 사업 추진의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점 외에,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됨에도 중소 SI업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형 프로젝트다 보니 대형 업체만 찾게 된 것이다. 또 대형 업체들은 중소 SI 업체로부터 쓸 만한 전문 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하며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기에, 중소 업체들 역시 인력이 부족해지며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런 상황들은 당시 국내 SI 산업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었다.
 

대기업 빠진 SI 시장, 문제는 여전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초 ‘2016년도 국가정보화 시행계획 종합·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국가정보화 사업에 총 5조 3,804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정과제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을 지원하고, 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컴퓨팅·빅데이터 등 ICT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확산, 창조경제를 실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래부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총 8,105개 정보화 사업에 5조 3,804억 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이는 전년대비 1,710억 원 증가한 예산이다. 중앙행정기관은 1,462개 사업에 4조 3,344억 원을 투자하며, 지방자치단체는 6,643개 사업에 1조 46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ICT 신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관련 사업에 전년대비 각각 96%, 76%, 108% 증가한 예산이 편성됐다.

또한 사회·경제 인프라 고도화 및 일자리창출 등을 위해 국민체감 효과가 큰 문화·관광, 웰니스, 교통, 금융 등 다양한 ICT 융합 사업도 신규로 추진 중이다. 관광지의 스마트 체험 서비스를 위해 20억 원, 박물관 및 미술관의 전시문화관람 안내 서비스에 15억 원, 유형별 맞춤형 웰니스 케어 서비스 모델 개발 및 제공에 90억 원, ICT 기반 교통신호제어시스템 표준 보안기술 개발에 37억 원, 핀테크 산업 활성화 기반 조성에 30억 원이 투자된다.

IT의 보편화로 공공 정보화 산업 시장은 더욱 커졌고, 그동안 전산화·정보화 추진 과정에서 얻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각종 문제는 여전히 산재해 있다. 지난 2013년 1월 1일부터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공공정보화시장에서는 상호출자제한기업 소속 SI사의 공공SW 사업 참여가 전면 제한되고 대기업들은 매출액에 따라 제한적인 참여만 가능해졌다.

이는 대기업 위주였던 국내 SW시장 질서를 SW전문기업 중심으로 전환시켜 우리나라 SW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것이었다. 이에 그동안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졌던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전보다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SW전문기업들이 중심이 돼 선순환적 SW 생태계를 만들자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저가 수주나 하도급 관련 문제 등이 발생하는 것은 대기업이 빠지기 전과 같이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사업이 발주되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과 수주를 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대기업의 자리를 중견기업이 대신한다는 점만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제 중견·중소기업들의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고 수익성 악화와 기업 간 양극화만 심해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에서의 노하우 부족과 재원 부족, 일부 품질 저하 등으로 인한 발주자의 불만도 존재한다. 또한 공공사업은 사업 수주 자체만으로 큰 수익을 내기 힘든 것이 일반적이다. SW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인정되지 않아 실제 개발에 필요한 예산보다 발주되는 사업의 예산이 현저히 적은 경우도 존재한다.

그나마 중견·중소 업체들은 레퍼런스 확보를 통한 경험과 노하우 획득, 그리고 유지보수 사업에서의 만회 가능성을 보고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데, 국내 SW기업들이 더욱 성장하려면 공공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제대로 된 상용SW를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기술항목과 가격항목 두 가지 기준을 함께 평가하는 것도 현재까지는 큰 변화가 없다.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만큼 최저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하기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나라장터에서는 가장 높은 기술점수를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낮은 업체에 가격점수가 뒤져 점수 합계를 냈을 때 순위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는 SW 용역 계약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종합심사평가제’를 도입하고, 나아가 ‘최고가치낙찰제’ 도입에 대한 조사 및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성능이 가장 뛰어난 SW가 낙찰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무조건적인 저가 경쟁에서 오는 수익성 악화는 물론이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인건비 및 하도급 문제 등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20년이 지났음에도 국내 IT 업계의 고질적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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