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빈 NBT 제품길드마스터

[컴퓨터월드]

▲ 조승빈 NBT
 제품길드마스터

‘애자일 방법론’의 확산

소프트웨어(SW) 공학은 다른 공학 분야에 비해 그 역사가 짧은 편이다. 그래서 초창기부터 건축, 토목, 제조 등 다른 공학 분야에서 여러 가지 개념을 빌려왔고, 이를 토대로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런 점이 SW업계의 발전에 축복이자 저주로 작용했다. SW는 다른 분야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개발과정 및 결과물을 눈으로 볼 수 없고, 훨씬 유동적·개방적이며, 요구사항의 변경에 따른 작업량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게다가 비즈니스 환경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런 환경에 처해있는 IT기업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을 수립해 개발하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극복할 수 있는, 훨씬 더 효율적이고 기민한 개발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며 ‘변화와 적응성에 집중’하는 ‘애자일(Agile)’이 개발자들에 의해 선택돼 보급되기 시작했다.

초창기 애자일은 기존 개발방식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is)로 등장, 익스트림 프로그래밍(XP)이나 스크럼(Scrum)과 같은 방법론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애자일은 경험주의를 바탕에 두고 점진적·지속적 변화를 강조하므로,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경험을 받아들여 빠른 속도로 확장을 거듭해왔다. 지금은 단순한 안티테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진테제(synthesis), 즉 일종의 가치관이나 문화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화했다.

간단히 말해서 애자일이란 특정 방법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애자일의 가치에 동의하고 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그 가치를 기반으로 ‘각 조직에 최적화된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바로 그 조직의 ‘애자일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애자일’과 ‘일하는 방식’

애자일이 추구하는 여러 가지 가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구성원 간 신뢰’와 ‘개인 자율성 존중’이다. 애자일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갖고 일할 때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조직은 구성원 각자가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애자일을 도입한다. 자율적인 환경이 조성되면 성공을 만들어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협업’을 실천, ‘인본주의 협업 문화’를 형성하고 애자일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애자일 실현을 위한 전제 자체를 갖추지 못한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스캇 로즈(Scott Rose) 콜래브닷넷(Collab.net) 제품개발담당 수석이사는 “애자일 도입 시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요인 중 도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5%, 문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95%”라고 말했다. 기업에서 아무리 애자일 방법론을 논해도, ‘애자일 도입에 적합한 문화’라는 대전제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는 뜻이다.

한편, 우리 NBT(Next Big Thing, 대표 박수근)는 세계 최초의 모바일 잠금 화면 플랫폼 ‘캐시슬라이드’를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캐시슬라이드’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출시 4년 만에 누적 가입자 1,700만 명을 달성했고, 일간 사용자 수도 260만 명까지 대폭 늘었다. 국내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 중국에서 ‘캐시슬라이드’ 현지화 버전인 ‘쿠화(coohua)’도 성공 궤도에 안착시켰다. 4명의 창업자로 시작했던 NBT는 미국과 중국에 법인을 설립했고, 한국 본사는 어느새 90여명이 일하는 강소기업으로 훌쩍 성장했다.

다른 국내 스타트업에 비할 수 없는 빠른 성장을 이루자 “도대체 이 회사는 무엇이 다르기에?”라며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기업 탐방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 이야기를 듣고 주목한 것은 ‘NBT의 일하는 방식’이다.

구성원 간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업무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믿었기에, NBT는 창업 초기부터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통과 협업’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해왔다. 지금도 90여 명의 전 직원이 한 층에서 근무하며,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이 점은 애자일 철학을 기초로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을 찾아가던 초기에 큰 자산이 됐다.


‘칸반’ 활용 위한 6가지 조언

▲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순) NBT 칸반 보드의 진화 과정.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함께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NBT가 기존의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변화시킬 ‘도구’이자 ‘언어’로 삼은 것은 ‘칸반(Kanban Method)’이다. 칸반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우리에게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그대로 보드 위에 그린 다음, 눈에 띄는 낭비요소나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하나씩 개선해나갔다.

칸반을 사용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모든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것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개선하는 것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개선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시각화를 포함해 칸반에는 여섯 가지 핵심 실천법이 있다. 이 여섯 가지가 모두 있어야 제대로 된 칸반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각각의 실천법과 그동안 이를 직접 적용해보면서 얻은 교훈이다.

첫째, 시각화한다.
칸반의 핵심은 진행 중인 업무와 업무 프로세스를 보드 위에 시각화하는 것이다. 조직에 칸반을 도입할 때 대부분 시각화로부터 출발하게 된다. 그러나 시각화의 결과가 아니라 시각화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시각화 과정에 참여하면 현재의 업무방식, 그리고 잠재적인 개선영역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진행 중인 업무를 제한한다.
진행 중인 업무를 제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목 지점을 찾고 합리적인 수준의 업무량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구성원들을 최대한 바쁜 상태로 만들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런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되면 사람들은 명시적으로 할당받은 업무 이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며, 조직 및 고객에게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 바라보는 시야를 잃어버리게 된다.

셋째, 흐름을 관리한다.
최대한 매끄럽게 흘러가는 개발 프로세스가 좋은 개발 프로세스다. 흐름이 매끄럽다는 것은 그만큼 비즈니스 예측성이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NBT는 매끄러운 흐름 관리를 위해 개발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정량 지표를 수집하고 있다. 정량 지표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표를 경쟁이나 평가 또는 보고가 아닌 개선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넷째, 정책을 명시화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들 사이에 반드시 일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이 점점 커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복잡해지면, 이렇게 합의한 정책들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조직을 딱딱하게 만든다. ‘정책에 대한 존중’과 ‘정책에 대한 도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아무도 정책을 지키지 않는다면, 또는 아무도 정책을 위반하는 일이 없다면, 그것을 위험 신호로 간주해야 한다.

다섯째, 피드백 루프를 실행한다.
피드백 루프는 모든 프로세스 제어의 핵심이며, 특히 점진적 변화를 위해 중요하다. 어떤 조직이든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원래 목표를 잊기 마련이다. 방향을 계속 조정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이 애자일의 핵심이다.

여섯째, 함께 개선하고 실험을 통해 발전시킨다.
칸반은 근본적으로 개선을 위한 방법이다. 개선에는 끝이 없다. 칸반 보드는 끊임없이 바뀌어야 하며, 그래야 살아있는 보드라고 할 수 있다. NBT의 칸반 보드는 상황에 적합한 더 좋은 방법을 찾아 사소한 변화가 끊이지 않으며, 보통 3개월에 한 번 정도 큰 폭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NBT 제품 길드의 업무수행 원칙 7가지

NBT는 ‘훌륭한 개발문화’를 통해 회사와 구성원의 ‘지속적 성장’과 세상의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원칙을 만들어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NBT 제품 길드의 일곱 가지 원칙이다.

첫째, 항상 전체 관점에서 생각한다.
전체 관점이란 문제를 해결할 때 최대한 넓은 시야를 갖고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말한다. 전체 관점에서 보려면 항상 “왜?”라는 의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왜?”라는 질문을 통해 전체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나의 입장과 상대방의 입장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과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해결책을 구별해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능동적으로 각자의 역할 범위를 확장한다.
각자의 책임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발자는 개발에, 기획자는 기획에, 디자이너는 디자인에 충실하면 그 프로젝트는 망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역할과 책임범위를 뛰어넘어 함께 일해야 한다. 원활한 협업을 위해 각자가 역할 및 책임범위를 넘나듦과 동시에, 동료의 개입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셋째,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고 불확실성을 이겨낸다.
변화란 필연적으로 혼란과 불확실성을 불러온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게 기민한 변화란 그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곧바로 생존과 이어지는 문제다. 그래서 NBT 제품 길드에는 ‘합리적 의심으로 더 좋은 방법을 찾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변화는 점진적으로 만들어간다’, ‘규칙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규칙은 누구나 이의를 제기하고 바꿀 수 있다’와 같은 몇 가지 변화에 대한 규칙이 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지금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기술과 일하는 방식이 내일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넷째,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공유한다.
우리 앞에는 수많은 도전 과제가 놓여있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NBT 제품 길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비즈니스를 지원하면서도, 높은 생산성과 혁신적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개발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장인정신과 탁월한 기술력이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 믿는다.

다섯째, 서로를 존중하면서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한다.
건강한 조직은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양성은 조직 경쟁력의 원천이다. 하지만 다양성은 협업이 가능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는 데에서 머무르지 않고, 각자가 지닌 역량과 경험 그리고 가능성을 존중하며 그것들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상호 존중하는 문화다.

여섯째, 언제 어디서나 솔직하고 투명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제일 먼저 체중계 위에 올라가야 하고, 춤을 잘 추고 싶다면 거울 앞에 서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다양한 피드백 루프가 있어야 한다. NBT 제품 길드는 짝/몹 프로그래밍, 일일 스탠드업 회의, 클래스 주간 밋업, 파티 주간 회고, 주간 리프레시 회의, 월간 리뷰, 팀 건강 검진 등의 짧고 긴 다양한 피드백 루프를 통해 서로 솔직하고 투명한 피드백을 주고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곱째, 앞선 여섯 가지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매일 행동한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그 꿈을 이뤄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현실화할 수 없는 이상만을 좇는 몽상가로 머물고 싶진 않을 것이다. NBT 제품 길드는 창업 이후 꾸준하게, 어떻게든 실행 가능한 답을 찾고자 하는 끈기와 인내로 지금의 일하는 방식을 일궈왔다. 지속적으로 더 좋은 방법을 찾아 그것을 현실로 바꾸면서 끊임없이 변화해나가야 한다.

▲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짝/몹 프로그래밍, 일일 스탠드업 회의, 주간 리프레시 회의, 주간 회고, 팀 건강검진, 프로젝트 회고


모두 중요한 원칙들이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아보자면 ‘피드백을 자주 주고받으며 자기 인식을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피드백은 최대한 투명해야 하며, 상급자에서 하급자로 혹은 어느 한 조직에서 다른 조직에 일방적으로 전달되면 안 된다. NBT의 피드백 루프와 기성 기업의 정형화된 회의의 차이는 ‘자발성’으로, 구성원 각자가 ‘내가 어떤 부분에 기여할 수 있는가’,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피드백 루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개인의 의견을 억누르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NBT는 고유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에, SW엔지니어 채용 시 독특한 공통 지원 자격을 필수항목으로 명시하고 있다. ‘NBT 제품 길드의 비전과 일곱 가지 원칙에 대한 이해 및 동의’라는 항목이다. 프로젝트 경험이나 기술적 역량도 중요하긴 하지만, ‘더 나은 조직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강력한 비전과 열망’, ‘자신과 주변의 성장에 대한 깊은 관심’, ‘변화를 주도하고 실질적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채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 NBT의 피드백 루프


애자일 도입의 필수 성공 조건

NBT는 어떻게 나름 성공적으로 애자일을 도입할 수 있었을까?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더 좋은 일하는 방식을 찾고자 하는 경영진(또는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고위직)의 의지 및 지원이다. 구성원들이 좋은 문화를 만들려고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그것이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경영철학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정당한 결실을 얻을 수 없다.

즉, 경영진이 문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거기에 비용을 지불할 적극적 의지가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경영진이 추구하는 가치가 오직 단기 이윤의 극대화, 조직 규모의 성장뿐이라면, 그런 조직과 애자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NBT의 경영진은 활발한 협업, 구성원의 성장, 기민한 의사결정 등을 중시, 애자일이 추구하는 가치와 잘 어울렸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일선관리자(line manager)들의 변화다. 조직문화를 변화시킬 때 상향식(bottom-up)이 더 좋은지 하향식(top-down)이 더 좋은지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그러나 상향식이냐 하향식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변화의 병목지점이 어디인가 살펴봐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든 거의 모든 조직에서 변화를 시도할 때 최대의 장애물은 중간관리자들이다.

따라서 중간관리자, 특히 실무진들과 매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일선관리자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정보의 독점, 업무의 할당 및 분배, 평가와 보상, 지시와 통제 등 관리자의 힘이라고 생각하던 여러 가지들을 내려놓아야 애자일이 추구하는 가치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관리자의 힘은 그런 것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내적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변화가 두렵겠지만, 어느 순간 더 훌륭한 조직문화 속에서 더 훌륭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더 많은 영향력을 지닌 스스로를 만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역량 있는 애자일 코치의 역할이다. 스크럼이나 칸반과 같은 방법론을 잘 아는 애자일 코치가 아니라, 애자일의 철학을 자신의 인생에 녹여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의 자극을 줄 수 있는 애자일 코치가 훌륭한 애자일 코치다. 현실과 동떨어져 이상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나, 오직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힌 사람은 문화를 바꿀 수 없다.

애자일을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요약해보자면, 장기적 관점에서 지금보다 더 훌륭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고, 관리자들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런 모습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역량 있는 애자일 코치와 함께 조금씩 환경을 바꿔가며 구성원들 스스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줘야 한다. 기술이나 방법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우리도 변화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애자일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구성원 각자의 사고방식과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구성원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이나 애자일 코치는 변화의 중심이 아니라 변화의 촉매가 돼야 한다. 조직 구성원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애자일 도입은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

성공적인 애자일 도입을 위한 모범답안은 없다. 지금 NBT에서 실현하고 있는 일하는 방식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서로 기민하게 일하면서 그 방식을 조금씩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발전시켜온 결과이지,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해 ‘애자일’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NBT는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애자일’이라는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도 훨씬 더 나은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해 항상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켜나갈 것이다.

흔히 애자일 도입에 실패하는 이유는 ‘애자일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애자일을 도입하려는 그릇된 동기’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애자일을 도입하면 개발속도가 빨라지고 단기간 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이는 헛된 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애자일이란 무엇인가? 애자일 도입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애자일’은 조직에 무엇이 중요한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조직만의 문제해결 방식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야만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NBT의 성장동력이자 ‘NBT가 일하는 방식’의 실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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