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석 위드이노베이션 CTO

[컴퓨터월드] 모바일 사용자의 확대에 힘입어 다양한 생활밀착형 O2O 서비스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셜커머스에서 배달, 콜택시, 부동산 거래 등 많은 생활 서비스들이 O2O로 자리를 옮기고, 관련 기업들 역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종합 숙박 O2O 서비스 ‘여기어때’를 제공하는 위드이노베이션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어때’의 지난해 총 예약 거래액은 1,400억 원 수준이었으나,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와 같은 수준인 1,400억 원의 예약 거래액을 달성해 두 배 이상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어때’는 올해 상반기 숙박앱 시장 점유율 58%를 차지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으며, 보다 더 향상된 서비스와 사내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또다시 새로운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위드이노베이션은 자사의 모든 서비스를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전하고, 자사 개발자들의 R&D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기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기술블로그’를 개설했다. 자사 서비스 안정화와 성능 향상은 물론, 새로운 개발 인력 양성 및 확보에도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어때’의 전반적인 기술 및 연구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윤진석 CTO로부터 위드이노베이션의 현재와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본다.

 

▲ 윤진석 위드이노베이션 CTO

주요 약력
- 現 위드이노베이션 CTO (2017.3 ~ )
- 前 삼성전자 시니어SW엔지니어 (2014.12 ~ 2017.2)
- 前 데이터세이어 CEO (2013.12 ~ 2015.1)
- 前 오라클 수석SW엔지니어 (2012.7 ~ 2013.7)
- 아파치SW파운데이션 VP (2007.1 ~ )
- 구글 GSoC 멘토 (2011.1 ~ )


 지난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여기어때’는 국내 숙박 O2O 시장의 급격한 확대와 함께 빠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사업 초창기에는 제휴점 확대와 사용자 확보, UI·UX 개선 등 기반 다지기에 집중했으나,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총 예약 거래액은 1,400억 원, 12월 한 달간 일어난 예약 거래액은 180억 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약 13배 증가했다.

이와 같은 성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꾸준히 이어져왔으며, 상반기 예약 거래액만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액에 육박한다. 지난해의 성장세가 본격적인 사업 안정화와 숙박 O2O 시장의 성장에 힘입은 것이라면, 올해 상반기에는 작년까지 유지해온 모텔 위주의 숙박 거래 서비스를 확대해 펜션과 호텔, 리조트, 캠핑, 게스트하우스 등에도 예약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종합 숙박 O2O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어때’를 활용한 펜션 거래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2.5배, 캠핑·글램핑은 2배, 게스트하우스는 1.5배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모텔 이외의 숙박 카테고리 거래매출이 49.7%에 달해 종합 숙박 O2O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펜션 등의 거래량이 늘어나는 올 여름 성수기를 지나면 모텔과 비모텔 거래량이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중국 바이두(Baidu)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하고 위드이노베이션에 합류한 윤진석 CTO는 “‘여기어때’는 고작 2년 만에 매출이 300배 성장하는 등 대단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여기어때’가 바이두나 구글처럼 거대한 규모를 갖춘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작은 구멍가게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적합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우버’나 ‘에어B&B’, 그리고 ‘여기어때’ 같은 O2O 서비스 부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첫 과제는 ‘기술부채 탕감’
윤진석 CTO의 합류 이후 가장 먼저 결정된 것은 모든 서비스의 전면적인 클라우드 전환이었다. 기존에는 IDC 내에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구축돼있었으나, 네트워크 구성이나 방화벽 등 보안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했고 물리적 장비의 관리에 따른 어려움도 발생했다. 특히 지난 3월 발생한 보안 이슈에 의해 보다 철저한 보안 시스템에 대한 요구와 경각심을 가지게 된 것이 클라우드 도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AWS 클라우드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통해 안정성과 성능 향상은 물론, 보다 차별화된 보안 체계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윤진석 CTO는 “‘여기어때’는 매우 빠른 성장을 해온 만큼 적지 않은 기술 부채가 산적해있다”며,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기술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술 부채는 당면한 과제를 빠르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설계상의 허점으로, ‘위키(Wiki)’의 개념을 만든 워드 커닝햄(Ward Cunningham)은 “빠르지만 지저분한 방식으로 일하면 기술 부채의 압박을 받게 되며,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꾸준히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는 이 이자를 계속 지불하거나 리팩토링으로써 원금을 갚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 CTO는 보다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 부채 탕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로의 전환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자사 서비스의 선진화를 추구하는 한편, 전환 과정에서 기존에 누적된 기술 부채를 일부 상환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AWS 클라우드 도입 이후 진행한 내부 테스트에서 확장성이나 가용성이 향상된 것은 물론, 시스템의 평균 반응 속도도 5배가량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 CTO는 “개발·배포·운영 등 내부 프로세스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올 한 해는 더 큰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과 부채 탕감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술 블로그’ 운영으로 선순환 생태계 확립
최근 위드이노베이션은 ‘여기어때’ 개발 및 운영 중에 발생한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기술 전문 블로그를 개설했다. ‘여기어때’ 개발팀 모두가 자유로이 작성 가능한 기술 블로그는 직원 각자가 담당한 업무에서 외부로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적합한 절차에 따라 개제할 수 있으며, IT 업계의 커뮤니티 소속감을 강화하고 스타트업이나 IT 업계에 지원하고자 하는 인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윤 CTO는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우리 개발팀이 열린 문화, 우수한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아직은 작성된 글이 적지만, 몇 년 지나고 보면 ‘여기어때’가 걸어온 R&D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이라며, “IT업계는 결국 기술 선순환이 가장 중요하다. 현장에서 경험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인재들에게 기술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구조가 자연스레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기술블로그 운영을 통해 입사 지원자에게 공개된 아카이브 형태의 기업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어때’ 개발 노하우와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입사 지원자는 사전에 기업의 개발 환경과 방침에 대해 숙지할 수 있으며, 이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의 방향과 맞는 인재 발굴과 기술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윤 CTO는 “대기업 연구소나 대학교 등은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실제 서비스와는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와 같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산학 협력 채널을 오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뷰 2.0’으로 숙박 서비스 고도화
클라우드 도입과 기술 부채 탕감이 보다 높은 도약을 위한 기반 다지기라면, ‘여기어때’가 추구하는 향후 서비스 지향점은 ‘리뷰 2.0’을 통한 플랫폼 서비스다. ‘리뷰 2.0’은 기존에 평점과 후기로만 구성돼있던 리뷰 시스템을 개선, 사용자가 보다 재미있고 친숙하게 리뷰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숙박업소 사업자가 악성 리뷰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방식이다.

윤 CTO는 숙박 시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만큼,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리뷰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여기어때’는 실제 해당 숙소를 이용한 사람만 리뷰를 남길 수 있는 ‘리얼리뷰’를 추가하고 리뷰 작성자에게 포인트나 쿠폰을 제공하는 등, 양질의 리뷰 확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해 윤 CTO는 “양질의 숙박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며,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지식인’은 질문자와 답변자 사이의 소통이 가능한 공간만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수많은 지식과 데이터를 축적해나가면서 지금은 대단한 규모의 지식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숙박 시설 정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즉 숙박업소 사업자와 해당 시설을 이용한 사용자 사이의 플랫폼을 보다 편리하게 개선함으로써 그들이 만들어 나갈 지식과 데이터를 축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포인트나 쿠폰 제공 등을 통해 사용자의 리뷰 작성을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단순히 리뷰를 수집하고 숫자를 불려나가는 것만으로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말할 수 없으며, 이는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을 사용자에게 떠넘김으로써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트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리뷰 2.0’에는 ‘대화형 리뷰’로 불리는 새로운 리뷰 작성 시스템이 제공될 예정이다. 리뷰 내용을 작성할 수 있는 텍스트 박스와 평점만을 표시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앱 내에서 능동적으로 사용자에게 한두 문장으로 답변 가능한 질문을 던지고 사용자는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리뷰를 작성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인공신경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작성한 리뷰를 자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사업자에게 작성된 리뷰 내용을 피드백 해 시설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한편, 악성 리뷰를 분류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해 ‘리뷰 2.0’에 적용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리뷰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확한 정보가 기재되지 않거나 내용상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악성 리뷰도 직원이 직접 걸러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윤 CTO는 “인터넷 서비스는 정보가 정확하고 정보가 많으면 트래픽이 몰린다. 네이버와 아마존에 트래픽이 몰리는 것은 정확한 알고리즘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판매 사원이 일을 잘하면 매출이 오르고 경쟁력이 된다. 온라인에서 판매사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알고리즘이며, 머신러닝을 통해 고객을 직접 경험하면서 알고리즘을 고도화해나간다. 이를 통해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어떻게 재활용 할 것이냐, 그게 결국 품질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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