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 자율주행차, 어디까지 왔나

▲ 양희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신산업전략연구단에 재직 중이다. LG CNS Entrue Consulting 부문과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전략실에서 근무하며 IT계열사 컨설팅 및 IT산업 연구를 수행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기술경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Understanding user behavior of virtual personal assistant devices’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빅프라블럼에 도전하는 작은 아이디어》(공저)가 있다.
 

[컴퓨터월드] 2019년 4월 22일 테슬라(Tesla)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Autonomy Day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엘런머스크는 올해 내로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완성하고, 2020년 라이드 쉐어링이 가능한 무인 로보택시 100만 대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7월 11일에는 현대 모비스가 러시아의 최대 포털 사업자인 얀덱스(Yandex)와 개발한 완전자율주행 플랫폼 기반의 소나타 모델을 선보였는데 2019년 말까지 모스크바에서 100대를 시험 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테슬라의 로보 무인택시 공개현장(좌)과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자(출처: 엔가젯, 연합뉴스)

위와 같은 최근의 두 가지 이벤트를 통해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미 우리는 자율주행차를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정의한 자율주행 수준을 기준으로 할 경우, 자율주행 모드 시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고 돌방상황 시 사람이 개입하는 레벨3는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에 대부분 탑재되어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5년에 이미 긴급제동시스템(AEB),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ABSD),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으로 구성된 ‘스마트 센스’를 공개했으며, 기아자동차는 2016년 1월 운전자 지원 시스템, 자율주행 시스템, 사물인터넷 연계 서비스를 ‘드라이브 와이즈’로 브랜드화 했다. 미래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프로스트&설리반은 2030년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600억 달러에 이르며 비상 시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이상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자율주행차의 시장규모 전망(출처: 프로스트&설리반)


IT 신기술의 집합체인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에는 HW와 SW, 통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자율주행은 기본적으로 인식(recognition), 판단(judgement), 제어(operation)의 3단계로 작동한다. 기계적인 엑추에이터가 담당하는 제어 단계를 제외하고, 먼저 인식 단계에서는 위치인식용 GPS와 환경 인식을 위한 카메라, 라이다(LiDar), 레이더가 사용되는데 일반적으로 각각의 장점을 조합한 ‘센서 퓨전’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 자율주행자 탑재 센서의 장단점(출처: 박종훈(2018))

판단의 역할은 인공지능이 담당하는데, 최근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딥러닝의 사물에 대한 판단 정확도는 이미 인간을 넘어섰으며, 엔비디아(nvidia)는 딥러닝 기반 센서가 악천후에도 사물의 종류를 판단할 수 있음을 시연하기도 했다. 판단의 역할을 수행하는 딥러닝의 발전은 인식을 담당하는 센서 분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라이다 대신 범용 센서나 카메라만을 이용해 원가를 낮추고 인식 기능을 구현하는 것인데, 테슬라, 오토엑스(AutoX) 등이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 딥러닝과 인간의 사물 판단 정확도(좌)와 엔비디아의 시연(출처: Yoav Shoham, 엔비디아)

이밖에 디지털 지도 역시 자율주행차 구현을 위한 핵심적인 기술이다. 차선정보와 가드레일, 도로 곡률, 신호등 위치, 교통 표식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환경정보를 3차원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지도는 단순한 내비게이션보다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따라서 얼마나 정밀하게 제작되는지 여부가 자율주행차의 환경 인식 수준을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디지털 지도 제작에 적극적이다. 네이버는 디지털 지도를 만들기 위한 로봇 ‘M1’을 직접 제작했고, 2017년 3월에는 서울시의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수행한 에피폴라를 인수했다. 현대자동차의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는 2019년 3월 레벨3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정밀지도 구축을 다음 달까지 완료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네이버의 디지털지도 제작로봇(좌)과 현대 엠엔소프트의 정밀지도(출처: 네이버랩스 홈페이지, 현대앰엔소프트 블로그)

2019년 4월 3일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5G는 이론적으로 4G보다 최대 전송속도가 20배 빠른 20Gpbs에 달하고 전송지연이 1ms에 불과해 초지연 통신이 가능하다. 이러한 5G 통신의 기술적 특징 및 강점은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는데, 정밀지도의 실시간 업데이트, 차량 간 또는 차량-센터 간 실시간 정보 교환, 고장 진단 및 원격 관리 등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올해 2월에 개최된 MWC(Mobile World Congress)의 키워드는 단연 5G였는데, BMW,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완성차 기업 뿐 아니라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 등도 5G 기반의 자율주행차 모형을 전시했다.

▲ MWC 19에 전시된 5G 기반 자율주행차(출처: Yoav Shoham et, 엔비디아)


전면적 경쟁보다는 협력에 집중하는 기업 생태계

자율주행차 시장에서는 기존 완성차 기업, 구글, 바이두와 같은 IT기업, ARM, 인텔 등 칩셋 제조사와 5G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통신사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직까지 성숙하지 못한 자율주행차 시장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이종기업 뿐 아니라 동종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2019년 7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는 2024년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기 위해 양사의 전문가 1,200여명이 공동 개발팀을 꾸린다고 발표했다(엔가젯, 2019.7.5.). 독일 자동차의 양대산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두 기업의 이번 협업은 양사가 자율주행차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같은 시기 또 다른 독일 기업인 폭스바겐은 미국 포드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아르고AI에 26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아르고AI는 폭스바겐, 포드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 완료 후 양사 자동차에 동일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이다(월 스트리트 저널, 2019.7.12.). 구글에서 분사한 웨이모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인 리프트는 2019년 5월 애리조나주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리프트앱 이용자가 웨이모의 자율주행 로봇택시를 호출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차와 차량공유서비스가 연계된 최초의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포브스, 2019.6.28.).

▲ 웨이모와 리프트의 협력방안(출처: 프로스트&설리반)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인 바이두도 글로벌 협력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바이두는 2017년 4월 상해자동차박람회에서 오픈소스 자율주행플랫폼인 아폴로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포드, 다임러 외에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95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 바이두의 아폴로 생태계(출처: CB인사이트)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그렇다면 IT기술의 각축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기술이 적용·발전되고 있고 다수의 기업들이 2020년 초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선보이기 위해 기존의 경쟁사와도 협력하고 있는 이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아쉽게도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편의성, 경제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7월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대형트럭과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30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대부분은 사람의 과실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8년 미국자동차협회(AAA)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의 73%가 완전자율주행차에 탑승하는 것이 두렵다고 응답했으며, 딜로이트 컨설팅(2019.4.)은 소비자들의 자율주행차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감소 추세에 있으나, 여전히 중국을 제외하고 주요국에서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 국가별 자율주행차 안전성 우려 표명 응답자 비율(출처: 딜로이트 컨설팅)

자율주행차가 제공하는 편의성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차량이 알아서 주행한다는 제공가치는 명확하나, 자율주행차의 편대 주행과 추가 전용차로 도입 등으로 교통 체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부분이나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불안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시건대학교는 2015년 완전자율주행이 구현되어 업무와 여가의 공간으로 활용될 때 탑승자들이 심한 멀미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 역시 새로운 모빌리티 공간으로서의 자율주행차의 미래 정체성에 부정적인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도입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정속 주행이 요구될 것이고, 지진, 산사태와 같은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불가피하게 법규를 위반해야 하는 경우 유연한 대응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비용대비 경제성 측면에서 고성능의 럭셔리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자율주행 도입이 차량의 ‘하향 평준화’ 효과를 줄 수도 있다.

양희태 외(2018)에서는 자율주행차의 대표적 활용 사례(use case)인 ‘일반차량 주행’에 대한 사용자 경험 사이클(user experience cycle)을 수립하고, 프로세스 별로 아래와 같이 소비자들의 통점을 도출했다. 총 6개가 도출되었는데, 도로 주행 시 주변 물체 및 환경 인식 오류에 따른 사고 발생 위험이 가장 크게 체감되는 통점(4.74점, 7점 기준)으로 조사되어 아직까지 사람들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외에도 사고원인 및 책임 규명의 한계, 돌발 상황에 맞는 유연한 운전의 어려움 등이 중요한 소비자 통점으로 드러났다.

▲ 자율주행차의 사용자 경험 사이클 및 소비자 통점 조사 결과(출처: 양희태 외(2018))


단계적 도입을 통한 효용성 검증 및 소비자 통점 해소 필요

아직까지 외부 환경에 대한 인식과 판단에 대한 기술적 완성도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주행차, 특히 완전자율주행차를 성급하게 도입할 경우 추가적인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주행경로가 정해져 있고, 환경적인 돌발 상황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중교통부터 점진적으로 자율주행차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교통 소외지역이나 노년층 등 교통 취약 계층의 이동성을 제고하기 위한 특수 목적으로도 자율주행차를 우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하여 일본은 2017년 10월부터 산간지역의 여객 및 화물 수송을 위해 10개 지역 농수산물 직판장과 산지를 자율주행차로 운행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장필성·백서인·최병삼, 2018).

기술 혁신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자율주행차 업계는 완전자율주행차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무리한 사업 전개보다 소비자층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들의 니즈를 해소하는 차원에서의 적용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들의 통점이 조기에 해소되고 관련 법제도의 정비로 머지않아 자율주행차 시장이 본격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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